“한 사람이 일생동안 ‘우울증’을 겪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정답은 15%입니다. 물론 이 수치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여성은 20% 그리고 남성은 10%입니다. 생각보다 높지요? 우울증의 정식 진단 명칭은 ‘주요우울장애’라고 하는데, 10명 중에 1-2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은 앓게 되는 질병이니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정신건강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곳이 좋은 병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중에는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요법이 가장 탁월합니다. 정신 치료(상담), 운동과 요가, 명상, 예술치료 등도 효과가 있지만, 이들 중에서 급성기 중증 우울 증상 치료에 있어서 ‘항우울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낸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 초기에 있어서 한 환자에 대한 가장 적합한 치료제와 적절한 치료용량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다양한 임상경험과 깊은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결정해낼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 중의 하나가 재발하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평생 단 한 차례만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20% 미만일 정도로 재발이 흔한 질병입니다.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 치료 기간에는 약물요법도 중요하지만, 이때부터는 비로소 정신요법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우울증에 대한 의학적 설명을 듣고,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이다.’ ‘우울증은 한가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우울증 치료제는 가급적 피하고 일찍 중단해야 한다.’와 같은 것들이 가장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정확한 의학적 지식을 전달받고 또 미신적인 오해에서 벗어날 때쯤이 되면, 환자 스스로도 내가 이제는 많이 회복되었구나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멈추기보다는 좀 더 욕심을 내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깊은 상담이 오랜 시간 필요합니다.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거에 겪었던 상처와 상실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보듬어 준다면 진정한 회복에 도달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잘 해내면 그야말로 재발률을 확실히 낮출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우울증을 앓기 전보다 더욱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슬하’에서 진료하면서 이러한 수준까지 회복되어 병원을 떠나신 분들을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치료자로서의 저의 진정한 소망은 많은 수의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는 한 명의 우울증 환자를 완치에 이르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