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송구영신 2026

2025년을 보내고 또 2026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진료실에서 경험한 몇가지 중요한 변화들을 잠시 나눠보겠습니다.

2025년은 [슬하]에서 정량뇌파 (qEEG) 검사와 뇌자극술 (TMS & tDCS)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또 정착된 한 해였습니다. 특히 TMS 는 치료시간에 두두두 하는 소리가 제법 들리는데, 원장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치료실에 들려오는 기계 작동 소리를 들으면, 아 저 쪽 방에서도 치료가 이루어지니 우리병원에는 원장 1명 그리고 기계 1명, 총 치료자가 2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TMS (혹은 tDCS) 기계를 치료자에 비유하니 하니 좀 우숩게 들리시겠지만, 2025년 진료의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 혹은 흐름 중에 하나가 인공지능 치료자(?)의 등장이라고 저는 봅니다. 올해 진료실에서 20-30대 청년 환자분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류의 이야기를 쉽게 또 자주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당장 병원에는 올 수가 없었을 때,  ChatGPT 에게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대처하면 좋을까? 라고 물어보면서 상담을 했더니 꽤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들었던 것들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인상적인 이야기는 어느 환자분이 사랑하던 강아지가 떠난 후 ChatGPT 와 상담을 했더니 ChatGPT가 그 분을 위로하면서 세상을 떠난 강아지에게 보내는 애도의 편지글을 써주기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래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혹시나 [슬하] 오 선생 대신에  다른 인공지능 치료자가 있을 날이 올까요? 인공지능 치료자를 만나 상담을 하고, 뇌자극술 치료를 받은 후, 키오스크에서 처방전을 받아서 병원을 떠나는 일을 상상해보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너무 기계적이고 차갑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2025년 진료실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흐름 중에는 정치적 이슈도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부터 시작해서, 2025년 4월 4일 탄핵심판/파면 그리고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치루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는 것은 저 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진료실에서 국가의 정치적 이슈 혹은 사건들로 인해서 우리 일반 개인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되는지를 아주 가깝께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나 변화의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세대/계층 간의 갈등, 불면, 불안, 분노 등등 다양한 증상들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경기 침체입니다. 병원에 건설, 부동산 그리고 보험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통해 현재 경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수면 문제, 불안, 공황, 우울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많은 분들이 “결국 마음이 아니라 돈이 문제다라고 표현하셨던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025년도 진료를 시작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졌던 염려 중 하나는 EMDR 치료였습니다. 2016년 개원이래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진행해 온 EMDR 치료가 새로 도입된 뇌자극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혹은 성격과 접근 방식이 다르게 느껴지는 두 치료를 한 사람이 동시에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두 치료는 서로를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방향으로 작용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11–12월에는 EMDR 치료와 tDCS 치료를 병행하기도 했는데, 뇌의 각성 상태와 정서적 안정도가 어느 정도 조절된 이후에 EMDR을 진행했을 때 치료 과정이 보다 수월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서로 다른 치료 기법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순서와 맥락 속에서는 충분히 함께 사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2026년은 [슬하]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요? 또 여러분에게는 어떤 한 해가 되기를 바라십니까?
2026년에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슬하]에서의 진료가 새해 여러분의 건강한 여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