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약은 한번 복용하면 평생 복용하게 될 것 같아서…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약물요법을 처방하기 전에 혹은 처방하면서 복용하는 중에도 이와 같은 질문 혹은 염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평생 복용할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정신건강 약물요법과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입니다. 물론 여러 정신질환들 중 몇몇 질환은 평생 동안 지속되는 경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면증, 우울증, 불안증 등등의 대표적인 정신질환들은 ‘삽화 (episode)’  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여기에서 ‘삽화’ 라는 단어는 의학용어인데, 이를 우리가 쓰는 일상의 용어로 바꾸면, ‘한철’ 이라는 뜻입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다” 에서 쓰는 ‘한철’ 입니다. 즉,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대게는 수개월을 지속되다가 소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약물요법을 받는 기간은 이 삽화 기간만큼만 진행하면 됩니다. 따라서 평생 복용하는 것이 아니지요. 물론 이 삽화가 예상 보다 길어지거나, 반복되는 경우 혹은 다음에 올 삽화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약물요법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요법이 수년간 지속되기도 합니다만, 이런 경우를 포함해도 약물요법을 평생 동안 하는 경우는 전체 정신질환 중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평생 복용하였느냐” 혹은 “단 한 번도 복용하지 않았느냐” 라는 잣대로 정신건강을 구분하려고 듭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께 감히 다음과같이 생각해보시길 권유합니다. “일생동안 여러 번의 우울증 삽화가 반복되었느냐” 혹은 “한 두 번의 삽화만을 겪고 우울증을 떨쳐냈느냐”

이런 (상투적인/흔한) 표현들 아실 겁니다. ‘얇고 길게’ 혹은 ‘굵고 짧게’ 들어보셨지요? 세상 일이 이처럼 두 가지로 분명히 나눠지는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마는, 제가 여러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 것은 치료가 필요한 시기라면, 약물요법을 통해 증상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이나 약물에 대한 오해 때문에 얇게 치료 하다가 본의 아니게 길게 치료 받게 되지 말아야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