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BSL 연구소 생활 마무리

제가 속해있는 연구소의 이름은 스탠포드 뇌자극 연구소 (Stanford Brain Stimulation Lab, 이하 BSL)입니다. 예전에도 한번 말씀 드렸듯이 경두개자기자극술(TMS)라는 기법을 이용하여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연구원들은 미국 (스탠포드) 출신 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인재들이 함께 모여 50여명 가량의 다국적 연구팀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서 병원(시술/진료 파트)과 대학(검사/지원 파트) 그리고 대면/비대면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열심히 그리고 서로 도와가면서 유기적으로 근무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1년간 이곳에서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하나는 TMS 치료를 조울증과 경계성인격장애에 적용하는 세부 연구과제와 다른 하나는 스탠포드 병원의 TMS 클리닉(진료실) 현장의 임상 경험이었습니다.

연구와 임상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니 제주에서 슬하 TMS 클리닉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새로운 소망이 생겼습니다. 현재 슬하에서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EMDR 치료와도 장기적으로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함께 가져봅니다.

EMDR 치료는 정신(심리)치료의 일종이고, TMS는 자기(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일종의 물리치료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서로 절대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이질적인 치료법이다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1년간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서로 통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말에는 BSL 연구소에서 EMDR 은 정신의학 3.0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심리)치료 기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동료 연구원들 앞에서 1시간 정도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신의학 1.0 시대는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정신치료의 시대였고, 정신의학 2.0 시대는 정신약물학(치료)이 주류가 된 지난 30-40년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정신의학 3.0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회로를 찾아서 이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법을 탐구하기 시작하는 현재를 말합니다. 발표가 끝나고는 여러 동료들로부터 칭찬과 격려의 박수도 받고, 발표 슬라이드도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받아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연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니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단순히 안식년 기간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않았구나는 생각도 있지만, 좀더 젊어서 머리가 잘 돌아갈 때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지금보다는 더 진료를 잘 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표현으로 ‘셀프디스’라고 하지요. 지난 5월의 발표는 제 연수 생활(공부)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었는데, 준비하면서 ‘공부도 다 때가 있구나’, ‘어머니 말씀이 진짜 맞구나’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여러 논문과 책을 읽고 정리를 할, 왜 그리 눈에 글씨가 안들어오고, 읽어도 뭔 뜻인지 이해가 어려웠는지요. 혹시나 지금 글을 읽으시는 20-30대 청년분들이 있다면, 지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또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60-70대 선배 어르신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내가 보기엔 오 원장도 아직은 충분히 젊으니 엄살 떨지 말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왠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것 같습니다. 지식, 나이와 체력(건강), 돈 등등 그것들이 많거나 적거나에 상관하지 않고 여러 환경 요건들을 받아들이고 또 어떨 때는 좀 무리해서 극복해가면서 다시 병원에서 진료하고 또 가정에서 생활해야죠.

암튼 8월 초에 제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장마와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오동훈 올림